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 보내는 의료윤리사례집
윤리법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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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한소화기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는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실제 진료·임상연구 중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법적인 상황에 대해 해당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질문과 답변 형식의 글을 준비하였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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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 상담 중 몰래 녹음하고 있는 것을 의료진이 발견하여 녹음을 거부할 권리가 있는지요? 만일 녹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이를 차트에 기록해 놓는다면 추후 의료 분쟁이 발생할 경우 녹음 자료 (또는 짜집기한 녹음자료)가 법적인 근거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지요?
환자 측이 동의 없이 대화내용을 녹취하려고 하거나 녹취하고 있다면, 의료진은 ‘개인의 음성권과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고지하고 녹취 금지 또는 녹취 중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환자 측이 법정 소송에서 동의 없이 녹취한 자료를 제출할 경우, 민사소송에서는 법적인 증거 자료로 사용될 수 있으나, 형사재판에서는 법적인 증거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상 대화자 사이의 일방이 몰래 상대 대화자의 발언을 녹음하더라도 불법(형사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방 동의 없이 몰래 대화내용을 녹취하였고 관련 사건에서 다른 당사자가 녹취록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자 녹취 당한 측에서 녹취한 사람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안에서, 법원은 “개인의 음성권 및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위자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16나258 판결).
따라서 만일 환자 측이 의사의 동의 없이 대화내용을 녹취하려고 하거나 녹취하고 있다면, 의사는 ‘개인의 음성권과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고지하고 녹취 금지 또는 녹취 중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환자 측이 녹음을 계속한다면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고, 차후 녹취한 환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환자 측이 법정 소송에서 녹취 자료를 증거로 제출한다면, (음성권, 사생활 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민사소송에서는 몰래 녹음하였다는 이유로 증거 배척을 할 수 없고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므로, 환자 측의 녹음을 의사가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진료기록에 기재하는 것은 녹음자료의 법적 증거사용 방지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엄격한 증거능력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서는 불법수집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며, 굳이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환자가 몰래 녹음한 것으로 불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검찰이 합법적 녹음임을 증명해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진료기록에 녹음사실 기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말기 암환자입니다. 환자는 생전에 연명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공식적인 서류를 작성하기 전에 의식이 저하되었고, 이후 보호자분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요구하십니다. 어느 쪽 의견을 중시해야 하는지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존재하지 않고 보호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계속적 치료를 요구한다면 치료를 계속해야 합니다.
연명의료 여부 결정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환자 본인’이고 ‘환자 본인’의 분명한 의사에 따라 진료를 한다면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연명의료중단을 위해서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진행해야 하므로 환자 본인의 의사를 증명할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 사전 연명의료의향서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면, 환자 본인의 의사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결국 연명의료결정법 제17조 제1항 제3호의 방법(위 제3번 문항 답변 참조)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며, 해당 보호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계속적 치료를 요구한다면 치료를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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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가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데이터 조작과 같은 윤리적인 잘못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를 바로잡는 것이 좋을까요?
동료 연구자에게 관련된 문제 사항을 직접 얘기하여 스스로 시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조작된 논문이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된 후라면 자진하여 논문 철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스스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동료 연구자의 지도교수나 동료 연구자가 속한 기관 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연구부정행위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에게는 연구자로서 알고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자신의 연구 수행 전 과정에서 정직하고 객관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또한 자신의 연구에서 오류가 있음을 스스로 발견하거나 타인 또는 학술지를 통해 알게 될 때에는 적극적으로 그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연구 중에 타인의 연구 결과에서 오류를 발견하게 될 때에도 마찬가지로 그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을 함으로써 오류가 있는 연구에 기반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 연구 공동체에 더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자신 또는 타인의 연구에서 오류가 발견되거나 의심될 때 이를 무시하거나 등한시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따라서 동료 연구자가 연구윤리를 위반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냥 넘어가기 보다는 다음과 같이 필요한 조치들을 적절하게 취해야 합니다.
첫째, 동료가 실제로 데이터 조작을 한 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확인하여야 합니다. 데이터 조작은 의도적이지 않고 단순한 실수로 인한 오류일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 노트를 포함한 연구 기록이나 연구 과정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만일 데이터 조작의 가능성이 높고 동료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와 관련한 어떤 얘기도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동료 연구자에게 관련된 문제 사항을 직접 얘기하여 스스로 시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해당 연구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이라면, 논문의 조작은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인 연구부정행위로써 연구자가 반드시 피해야할 행위라는 점을 분명하게 얘기하고, 조작되지 않은 논문을 작성하여 발표할 수 있도록 조언해야 합니다. 조작된 논문이 이미 학술지 논문으로 게재되었거나 학술대회 등에서 발표된 것이라면 먼저 당사자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리고 자진하여 논문 철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만일 이러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철회나 오류 수정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동료 연구자의 지도교수, 동료 연구자가 속한 대학이나 기관 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연구부정행위로 제보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을 통해 연구부정행위 여부를 최종 확인할 수 있고 만일 연구부정행위로 최종 판정되면 논문이 철회되어 후속 연구에 더 이상 활용될 수 없으므로 연구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연구윤리 확립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구부정행위를 제보할 때에는 관련 규정에 제시된 절차에 따라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여야 하고, 타당한 이유없이 특정 연구자를 음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