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 보내는 의료윤리사례집
윤리법제위원회
-
존경하는 대한소화기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는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실제 진료·임상연구 중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법적인 상황에 대해 해당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질문과 답변 형식의 글을 준비하였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 급성 뇌출혈로 인한 의식 소실로 응급 수술과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나 배우자가 치료 진행과 심폐소생술을 거부하여 배우자로부터 DNR 동의서 취득 후 환자는 사망하였습니다. (연명의료법 서류 작성 대상이 아니므로 DNR 동의서를 취득 받았습니다.) 추후 다른 직계 가족이 나타나서 문제를 삼을 경우 의료진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요?
응급 상황에서 보호자의 심폐소생술 거부를 따른 경우,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었고 보호자의 동의에 의해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법적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회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 대해 보호자의 요구만으로 응급조치를 중단했다면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급성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것인지와 사망과정에 접어든 말기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제공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만일 응급환자 본인이 심폐소생술을 거부하였다면 당연히 그에 따라야 할 것인데, 문제는 의식 없는 응급환자에 대해 보호자가 심폐소생술을 거부할 경우입니다. 여기에는 아직 정답은 없습니다. 만일 환자가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태이나 응급조치를 하더라도 사망할 수밖에 없는 경우(예시: 말기 임종과정의 환자, 외상이 너무 심하고 병원 내원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어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뇌출혈의 정도가 심하고 내원시까지 시간이 경과되어 뇌손상이 이미 진행되었고 활력징후도 심하게 나빠 수술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등)라면 보호자의 의견과 객관적인 응급의료 필요성에 비추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만일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가 급성 뇌출혈 발생 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환자가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수술을 받으면 생명을 지킬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고 한다면, 단지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할 경우, 법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임상실습을 나온 의과대학 학생들이 입원 환자 회진, 외래 참관, 검사나 수술 참관 시 환자에게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요? 받아야 한다면 서면동의가 필요한지요?
별도의 환자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 제3호 규정에 따르면, 의과대학 학생은 실습을 하기 위해 지도교수의 지도, 감독을 받아 의료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진, 외래 참관, 검사, 수술 참여(참관 포함) 등에는 별도의 환자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됩니다(보건복지부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에서도 같은 의견입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 환자가 보험회사 제출을 위해 진료기록이나 진단서에 특정 문구나 진단명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 의사가 이를 수락하거나 거절할 경우 법적인 책임이 있을지요?
‘객관적 사실’ 또는 ‘의사의 판단’에 따른 진료기록이나 진단서를 환자의 요청에 의해 수정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현행 의료법 규정상 진료기록이 작성된 이후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수정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사실대로 수정’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은 아닙니다. 그런데 의사가 진단을 하였음에도 그 ‘진단명’을 삭제해달라는 요구에 따라 삭제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게 수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의사의 판단(진단, 진찰 소견 등) 부분은 의료법 위반 가능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삭제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면 ‘의사의 판단’이 아니라 환자의 진술(과거력, 사고 경위, 발병 경위 등) 부분 기록에서, 최초 환자의 진술에 따라 진료기록이 작성되었다가 이후에 환자가 ‘진술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수정을 요구하거나 특정 문구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한다면 어떤 것이 객관적 사실인지 의사가 판단할 수 없으므로, 이럴 때는 환자의 진술대로 삭제(수정) 한다고 하여 곧바로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행여 보험사기 등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으므로 “환자가 ~~(기억 착오 등)~~ 사유로 삭제(수정)를 요청하여 환자의 진술대로 삭제(수정)함” 이라는 문구를 병기하여 객관적 사실을 그대로 기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환자가 진료기록이나 진단명 등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틀린 내용을 사실대로 수정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고, ‘객관적 사실’ 또는 ‘의사의 판단’임에도 이를 임의로 수정하는 것은 자칫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거절하는 것이 타당하고 거절하였다고 하여 법적 문제가 되지 않으며, ‘객관적 사실’을 알 수 없을 때는 수정하더라도 ‘환자의 ~~ 사유로 수정(삭제)을 요청하여 그에 따라 수정한다’라고 병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다기관 연구를 위해 데이터 반출이 필요합니다. 익명화 작업이 필요한데 CT, MRI등 영상 검사 및 내시경 사진 등에서 임상 정보를 제거하더라도 영상이나 내시경 사진 자체가 개인 식별 자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까요?
영상 검사 및 내시경 사진 등을 활용하여 연구를 수행하고자 할 때에는 완전한 익명화를 통해 식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철저한 보안 관리가 필요합니다.
인간대상연구에서 연구 참여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식별 정보를 제거하여 해당 데이터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익명화(anonymization)는 중요하고도 필요한 조치입니다. 영상이나 내시경 사진과 같은 의료 이미지는 그 자체로 직접적인 개인 식별정보를 포함하지 않지만 몇 가지 정보들이 서로 결합됨으로써 개인 식별이 가능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료 영상에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영상 파일 자체에 저장된 환자 ID, 병원 코드, 촬영 날짜 등과 같은 메타데이터입니다. 둘째, 다른 사람들과 구별될 수 있는 특정 환자의 특이한 해부학적 구조나 상태, 특정 질병 등을 담고 있는 CT나 MRI 영상 이미지의 고유한 특성입니다. 셋째, 내시경 사진이나 영상에 있는 특정 환자의 특정 조직의 특징적인 모습이나 병리학 소견입니다. 따라서 CT, MRI 등의 의료 영상에서 임상 정보를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영상이나 사진 자체가 개인 식별 자료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영상 검사 및 내시경 사진 등을 활용하여 연구를 수행하고자 할 때에는 완전한 익명화를 통해 특정인이 누구인지를 식별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즉, 단순히 임상 정보를 삭제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영상 파일의 메타데이터를 삭제하고 데이터가 생성된 원본 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하거나 영상의 일부분을 변형하거나 가려서 영상에 있는 특정인과 연관되는 식별 가능한 고유한 특징을 제거하여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익명화를 했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익명화된 데이터가 잘못 관리되거나 복구되어 특정 개인이 식별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점검하는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보안 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합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