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 보내는 의료윤리사례집(2023년 1호)
윤리법제위원회 이사 최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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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한소화기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는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실제 진료·임상연구 중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법적인 상황에 대해 해당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질문과 답변 형식의 글을 준비하였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 마취, 진정제 투약 이후 의식이 없는 환자인데 시술 중 몰래 녹음을 해서 의료진에 항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시술 중 환자의 목소리는 녹음되지 않았는데 불법 아닌가요?
- 몰래 녹음한 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 ▷ A 교수는 평소 친분이 있는 B 씨가 창업한 바이오벤처회사에 1,0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B씨는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A 교수에게 의뢰하였습니다. A 교수가 전임상시험의 연구 책임자로 참여하는데 문제는 없나요?
- 금전적, 인간관계적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해충돌의 가능성으로 인한 제3자의 오해나 선입견을 예방하기 위해 정중히 연구 참여를 거절하거나,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도록 이해충돌 관리를 철저히 하여 연구 과정이나 결과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할 때 이해충돌에 대한 사항을 공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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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취, 진정제 투약 이후 의식이 없는 환자인데 시술 중 몰래 녹음을 해서 의료진에 항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시술 중 환자의 목소리는 녹음되지 않았는데 불법 아닌가요?
몰래 녹음한 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환자가 의료진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됩니다. 참고로 의료진과 환자와의 대화를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인 환자 또는 의료진이 몰래 녹음하는 행위 자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닌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함부로 공개하면 별도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으며, 최근 하급심 법원이 설령 대화 참가자라고 하더라도‘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음성권 침해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라고 판결한 사례(위자료로써 300~500만 원 배상 판결)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내시경실에 시설물 관리 및 도난 예방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검사 전에 환자에게 CCTV 녹화에 대한 사전동의가 필요한지요? 시술 후에 우발증이 발생한 환자가 CCTV 녹화본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데 들어줘야 하는지요?
내시경실을 포함한 의료기관은 공개된 장소가 아니므로 CCTV 설치 및 촬영을 위해서는 환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현행 법령에 의하면, 환자 측의 CCTV 공개 여부에 반드시 응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CCTV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개된 공간(예를 들어 병원 입구, 현관, 복도, 환자 대기실 등)에 설치할 수 있으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더라도 목욕실, 화장실, 발한실, 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입원실, 진료실은 의료인과 환자 본인만 출입할 수 있으므로 공개된 장소가 아니어서 CCTV 촬영은 출입 당사자(환자)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만일 환자 동의 후 CCTV 촬영을 하였는데, 우발증 발생하고 CCTV 촬영 자료를 환자 측이 요구하는 경우, CCTV에 촬영된 당사자(간호사 등 보조인력 포함) 모두의 동의가 있다면 임의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현행 법령에서 환자 측의 자료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만일 수사절차에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고 영장이 집행된다면 이에 응해야 하고, 만일 법원의 증거보전절차나 재판과정에 문서제출명령 등 법원의 결정이 있다면 이에 응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증례 보고의 대상 환자가 사망하여 출판 동의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환자 본인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는 제 3자에게 함부로 제공하거나 학술 논문 등을 통해 노출해서는 안 됩니다. 대상 환자가 사망한 경우 직접 동의를 받을 수 없으므로 최대한 익명화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서 IRB 승인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르면, 개인의 건강에 관한 정보는 “민감정보”에 해당하므로 일반 개인정보 관련 동의와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일반적인 개인정보보다 안전한 보호를 위한 조치나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에서 의사가 진료를 통해 얻게 된 환자에 대한 개인정보는 환자 본인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는 제3자에게 함부로 제공하거나 학술 논문 등을 통해 노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만일 환자로부터 진료 당시 진료의 내용을 익명화하여 학술 논문 등에 활용하여도 좋다는 동의를 받은 경우이거나 의료 기관 간 진료 정보를 전자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에 동의를 받은 경우라면 환자의 증례에 대한 활용 및 공유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보건의료 정보는 유출 시 개인에게 사회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민감정보에 해당되므로 보다 엄격한 보호가 요구됩니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는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한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주체에게 별도로 동의를 받거나 연구·통계·공익 목적의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 질문과 관련하여, 진료 목적으로 얻어진 환자에 대한 개인정보나 민감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목적외 사용, 즉 학술 논문으로의 출판 등을 위해서는 별도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상 환자가 사망하였으므로 직접 동의를 받을 수 없으므로 최대한 익명화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서 IRB 승인을 받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연구 대상자의 개인정보나 민감정보를 연구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경우에는 생명윤리법 제16조 제3항에 따라 IRB가 동의 면제를 승인할 경우에만 동의 면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을 위하여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수집, 이용, 제공 등 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발표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에 의하면, 진료 기록을 가명 정보 처리하여 사용하는 경우 데이터심의위원회로부터 가명처리 적절성, 반출 가능성 여부 심의가 필요합니다. 정보 제공 시 처리 목적에 따라 처리(제공) 환경과 제공 받는 자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 및 정보 보유 여부 등을 검토하여야 하며,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불특정 제3자(공개 등)에게 제공하는 경우, 익명 정보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나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합니다.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가명정보란 개인정보를 가명처리(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것)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 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말합니다. 익명정보란 추가 정보를 사용, 결합하여도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말합니다.
결국 해당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가명처리 절차가 마련된 경우에 한하여 가명처리 특례 적용을 받아 동의를 면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관 내 가명처리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경우에는 동의를 받거나 생명윤리법에 따른 동의 면제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연구가 가능합니다. 이는 의무기록과 같은 민감정보의 연구목적 활용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
▷ A 교수는 평소 친분이 있는 B 씨가 창업한 바이오벤처회사에 1,0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B씨는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A 교수에게 의뢰하였습니다. A 교수가 전임상시험의 연구 책임자로 참여하는데 문제는 없나요?
금전적, 인간관계적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해충돌의 가능성으로 인한 제3자의 오해나 선입견을 예방하기 위해 정중히 연구 참여를 거절하거나,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도록 이해충돌 관리를 철저히 하여 연구 과정이나 결과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할 때 이해충돌에 대한 사항을 공개해야 합니다.
본 질문은 연구자의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COI, 또는 이해상충)과 관련된다고 봅니다. 이해충돌이란 연구자의 2차적 이해관계(금전, 사적 인간관계, 역할 및 직무 등)로 인하여 연구자의 1차적 이해관계(연구의 타당성, 연구 진실성 확보, 학문의 발전 등)와 관련한 공정한 전문가적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해충돌의 대표적인 예로는 금전적 이해충돌(연구와 관련된 연구자의 금전적 이익으로 유발되는 경우), 인간관계적 이해충돌(개인적인 친분이나 소속 기관의 영향, 또는 개인적인 갈등이나 연구 경쟁 등 사적인 인간관계로 인하여 유발되는 경우), 역할이나 직무에 의한 이해충돌(교육, 봉사, 외부활동 등 소속 기관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연구 활동과 충돌함으로써 유발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연구윤리의 한 영역으로 이해충돌에서는 연구자가 연구를 제안, 수행, 보고 및 심사하는 과정에서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이나 사적인 인간관계, 직무나 역할의 충돌로 인하여 연구의 진실성이나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이해충돌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를 잘 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구 활동에서의 이해충돌이 올바르게 관리되지 않으면 연구의 객관성과 진실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연구자 등과 연구기관의 신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연구비 지원 기관, 기업, 공공기관 등과 부적절한 관계, 복잡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발생 가능한 비윤리적인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해당 기관에 신고 및 공개함은 물론 스스로 잘 관리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도 연구자와 그가 속한 연구기관에서 이해충돌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자가 속한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는 이해충돌 관련 자체 규정을 마련하여야 하며, 이 규정에는 ① 이해관계의 공개 범위 및 대상, 절차 등의 제시, ② 이해충돌에 대한 판단, 관리 등의 절차 및 관련 담당자 명시 ③ 소속 연구자는 연구기관의 이해관계 공개 정책 및 관리 절차를 준수할 것을 명시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야 합니다.
질문의 상황을 보면, A 교수는 친분이 있는 B씨의 창업 회사에 투자를 했고 B씨는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A교수에게 의뢰한 것으로 A 교수가 전임상시험의 책임을 맡아 연구를 하고자 할 때 B와의 관계로 금전적, 인간관계적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A 교수는 B와의 관계에서 볼 때 전임상시험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제3자로부터 합리적인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A 교수가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첫째, 이해충돌의 가능성으로 인한 제3자의 오해나 선입견을 예방하기 위해 B의 요구를 정중히 거절하거나 둘째,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개 또는 소속 기관에 신고를 하고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도록 이해충돌 관리를 철저히 하여 연구 과정이나 결과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만일 A가 이 연구에 참여하여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할 때 B와의 이해충돌에 대한 사항을 공개해야 합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